[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8:00-19:30)

■ 방송일 : 2020년 11월 27일 (금요일)

■ 대담 : 변상욱 앵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파워사다리

[정면승부] 변상욱 “추미애가 아닌 윤석열이 문건 공개한 이유”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나 합리적? 비합리적 판사가 주란 판단인가

-판사성향 분석해 우리 편인지 분석, 그런 색깔 짙어

-알려진 정보라도 하나의 의도와 방향성 있다면 사찰

-윤석열 총장이 왜 문건 공개? 생각해볼 문제

-검찰에서 문건 공개? 여론심판 안전, 언론 동원한 것

-삼권분립이 민주주의지 삼부분립이 민주주의 아냐

◇ 이동형 앵커(이하 이동형)> 이슈에 대해 깊이 있는 시각을 만나봅니다. 변상욱의 눈. YTN뉴스가 있는 저녁 변상욱 앵커 나오셨습니다. 어서오십시오.

◆ 변상욱 앵커(이하 변상욱)> 네. 안녕하세요?

◇ 이동형> 윤석열 검찰총장 쪽이 어제 법원에 직무정치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내면서 이른바 판사 사찰 논란이 일고 있는 이른바 ‘판사 사찰’ 논란이 일고 있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의 문건을 공개했습니다. 아마 기자들한테 공개했는데, 기자들 당신들이 봤을 때도 아무렇지 않은 문건 아니냐, 이런 걸 물으려 했던 것 같아요. 일단 문건 내용에 대해 알려주시죠.

◆ 변상욱> 문건을 먼저 살펴본다면 주요 특수 공안사건 재판 분석, 재판부 분석, 이렇게 돼 있습니다만, 제목은. 상당히 길기 때문에 몇 가지만 본다면 조국 전 장관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판사를 살펴보면서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나 합리적이다. 그러면 우리법연구회는 비합리적인 판사가 주로 있는 곳으로 판단하고 있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 이 얘기를 들으실 때, 조국, 추미애, 윤석열, 이런 이름을 다 빼고 순수하게 문장을 들어보시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나 합리적이다. 그 다음에, 조국 전장관에 관련된 사건이면 민정수석으로서의 직권 남용. 표창장 문제, 사모펀드, 웅동학원 재단 문제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만은 그 판사를 분석하면서, 담당 판사를 분석하면서 전교조 관련의 피고인들을 어떻게 했는가. 학생 운동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군무원으로 일하는데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처리했는가. 이런 걸 분석했단 말이죠?

◇ 이동형> 정치적으로.

◆ 변상욱> 상당히 정치적인 내용인데. 그 다음에 정경심 교수 사건 재판 담당 판사를 분석하는데. 김대중 등 긴급조치 피해자 국가배상 사건에서 어떻게 처리했는가. 국가에게 나름대로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런 얘기들입니다. 그 다음에 미디어 워치 배상 책임 문제. 미디어 워치는 국정농단 수사팀에 대해 악의적인 보도를 했던 보수 우익 매체죠. 이런 것들을 정경심 교수 사건 재판부를 분석하면서 왜 집어 넣나. 그 다음에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 부시장은 흔히 말하는 직무에 대해 감찰하면서 감찰이 중단된 사건 아닙니까. 그걸 판단하는 데 세월호 사건 판결 때 어쨌나. 청와대 관련 주요 사건을 맡고 있다, 아니다. 이런 것들도 있고요. 그 다음에 이건 입에 담기가 애매한데. 그냥 이름을 대도 되겠죠? 문재인은 간첩. 이런 아주 지저분한 합성 사진을 올린 경찰간부가 벌금형을 받은 게 있습니다. 그리고 홍준표지지 불법 선거운동, 인천 구청장 벌금형. 이것들은 조사를 하려면 도대체 이 경찰간부가 어떻게 이런 짓을 저지르나. 구청장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 그 사람들을 탐문해서 조사했으면 몰라도 왜 그 담당 판사를 조사하는지에 대해서는 사실 설명을 해야 될 부분. 이런 것들이 쭉 연결돼서 문제가 계속 되고 있는 거죠.

◇ 이동형> 예. 자, 지금 말씀해주신 내용으로 봤을 땐 다른 내용도 있습니다만, 일단 이 내용은 판사의 그동안 재판 결과를 보면서 성향을 분석했다. 소위 말해서 우리 편이냐, 아니냐. 이걸 분석한 것 같습니다.

◆ 변상욱> 그런 색깔이 상당히 짙습니다. 그럼 이게 사찰이냐, 아니냐. 이렇게 얘기를 끌고 가야 할 문젠데, 사찰이다, 아니다와 관계 없이 우선 문제는 이 부서에서 이 담당 검사가 이런 일을 해도 되는 사람이냐, 아니냐. 법령에 의해 그 직무를 부여받고 있는 사람이냐 아니냐부터 확실히 따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법농단 사건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문제가 되고 대법관들이 줄줄이 처벌 받았을 때 왜 문제냐면, 판사의 신상을 캘 수도 있고. 조사할 수도 있는데 그것은 이 사람을 승진시킬 건가, 아니면 그대로 둘 건가, 지방으로 좌천시켜야 하나? 인사 담당 부서가 했으면 되었는데, 대법원장의 오른팔로서 대법원의 위세를 높이기 위해 이런 저런 전략을 짜고 있는 기획조정실이 권한도 없는데 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거란 말입니다? 또 이런 것도 있어요. “검색하면 다 나오는 거예요” 이 문제죠. 여기저기 알려진 정보라도 하나의 의도와 정해진 방향성을 갖고 정보를 수집하거나, 그 의도에 맞게 계속 분석해 나가는 것을 사찰이라고 부른다.

◇ 이동형> 또 공무원 조직이 한 거니까.

◆ 변상욱> 맞습니다. 왜냐하면 변호사가 혹시 이렇게 연구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판사의 성향을 연구해서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그러나 변호사는 국가 공무원이 아닙니다. 그러나 검사는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 받은 공직자입니다. 공권력이 직무에 직접 연관없는 정보 수집을 하면, 그게 사찰이자 잘못된 조사가 될 가능성이 큰 거죠. 그런 점에서 아무튼 이번 사건은 사찰에 가깝다. 라고 보는.

◇ 이동형> 그런데 이거는 경찰이 이와 비슷한 행위를 했을 때 검찰이 사찰이다, 불법이라고 기소했지 않습니까? 그걸 봤을 땐 사찰이 아니라고 하기 좀 어렵다. 그리고 술을 마시고 늦게 일어나서 재판에 못 왔다든가. 누구누구 검사의 처제라든가. 나중에 처형으로 바꿨다고는 합니다만. 또 무슨 재판에 존재감이 없었다든가. 이게 검색하면 나오나요, 자료가?

◆ 변상욱> 그러니까 그건 친한 판사들이나 예를 들면 사법연수원 동기쯤 되는 변호사나, 검사 출신 변호사나. 이런 사람들한테 끈질기게 물어보고 달라고 사정했으니까 이게 나오지 주욱 한 번 전화기 돌렸다고 나오는 정보는 아닙니다.

◇ 이동형> 여러분이 비교하기 쉽게, 과거에 1990년이죠. 국군 보안사령부 민간인 사찰사건이 있었습니다. 굉장히 사회적 논란, 이슈가 돼서 국방부 장관과 보안사령관이 경질되기도 했었고요. 그런 큰 사건이었는데, 당시에 보안사가 정치인, 민간인을 포함해 3000명 쯤 사찰을 했는데, 당시 민주당 노무현 의원을 사찰했습니다. 그 내용을 제가 읽어드릴게요. 지금 사찰이다, 아니다 논란이 있으니까 지금하고 어떻게 다른지. 아니면 똑같은지. “개인 특성, 장기간 노동 인권 변호사 활동. 국회 진출 뒤 재야의 지원금으로 노동자 권익 빙자 각종 노사분규 개입 및 활동” 이게 당시 사찰이라고 큰일 났던 사건이거든요? 지금 이 내용과 뭐가 다른가.

◆ 변상욱> 비슷합니다. 검찰이 이번에 적은 것 중에서도 국회 앞 폭력집회 XXX 민주노총 위원장 집행유예를 선고한 사람. 민주노총 집회를, 앞에 폭력집회라고 규정을 하고 들어간다든가. 이런 게 다 그런거죠. 지금은, 옛날 자료긴 합니다만은, 최근 자료도 있습니다. 2019년 1월, 작년 1월입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검장 시절, 자기가 직접 지휘했던 수사팀이 적은 공소장입니다. 뭐라고 돼 있냐면, 법원 행정처 문제인데, 대법원장의 문제와 배치되는 이른바 튀는 판결을 하는 법관들의 성향과 활동을 사찰하고. “검사가 사찰하고”라고 써 있습니다. 여기. 그 다음에 국제인권법연구회 소모임이 사법행정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논의를 지속하자 이들을 장애 요인으로 인식하고 모임의 동향이나 구성원의 성향 등을 파악해 사찰하였다, 라고 검찰이. 판사들이 재판할 때 자기네가 적어 낸 내용입니다.

◇ 이동형> 그러면 이게 어떻게 보면 윤석열 총장의 관심사항이고, 그래서 보고를 올린 것 같은데, 문제는 조국 정경심 유죄 준 판사들의 정보를 위주로 수집을 했고, 또 세월호 백남기 사건 문재인 비판 형사 재판 관련 이런 건데. 왜 여권 관련 인사들의 재판에서만 이런 기록이 나오고. 야당인사들은 없느냐는 거예요.

◆ 변상욱> 그러니까 시국 사건이라든가 중요 공안 사건, 이렇게 하면 사회적 쟁점이 되는 사건 하면, 제일 이때 큰 사건은 국회의원 수십명이 기소되는 패스트트랙 사건, 이런 게 있거든요. 그리고 야당 의원들 중에서도 이때 자녀 특혜 의혹이 벌어진 사람들이 여러 명 있었습니다. 그 다음에 아예, 뇌물 의혹과 관련된 사건. 이런 것도 있었죠. 이런 것들에 대한 판사들은, 전혀 해당이 없는 거죠. 이러니까 결국 색깔론적이거나 정치적으로. 그러면 정치적이라면 모든 여야를 가리지 말아야 하는데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해서만 한 것 같은 느낌을 확 주는 거죠. 그 다음에 오히려 윤석열 총장이라고 하는 인물이, 야, 그런 거 어떻게든 다 모아서 소송에서 이기는 게 중요해. 어떻게든 무죄를 만들지 말고, 검사가 승리해야 해. 이렇게 주문할 사람은 아니라고 저는 보거든요. 차라리 정치적으로 야, 큰 흐름을 좀 읽어봐. 이렇게 지시했을 가능성은 오히려 크죠. 그런데 윤석열 총장을, 뭐 정치적인 게 전혀 아니어서 지시한 게 없다고 그러면 오히려 자잘하게 판사의 뒷조사를 해서 재판에서 이기자? 그랬을 리는 가능성이 별로 없는 얘기 같습니다.

◇ 이동형> 예. 어쨌든 문건은 공개가 됐고, 법무부가 문건 공개 이후에 수사 의뢰를 했습니다.

◆ 변상욱> 예, 수사 의뢰를 했는데 문제는 왜 공개했을까. 이것도 생각해볼 문제에요. 그쵸? 예를 들면 징계 청구자가 입증 책임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습니다. 왜 회부했는지 회부한 사람이 책임을 지고 증명해야죠. 그런데 법무부가 그래서 이 문건을 어떻게든 공개할 거 아닌가, 하고 기다렸는데 검찰에서 갑자기 공개하면서 나왔습니다. 왜냐하면 결국 검찰총장이 기다리지 않고 먼저 공개한 건 어떻게 보면 사법부에 관한 아주 예민한 것들이 있어서, 판사로부터 이것이 제대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그것보단 여론으로 한 번 가져가서, 여론의 심판을 받는다 하고 한 번 공개를 하고 여론이 아, 뭐 검찰총장이 그 정도 조사는 할 수 있지. 라고 하는 쪽으로 기운다면 더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거 아닌가? 라고 국민에게 상식적으로 물어보자. 라는 명분을 가지고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검찰총장이 여론조사 기관을 동원할 순 없는 거고. 결국 언론을 동원한다는 거죠.

◇ 이동형> 기자들한테 줬으니까요.

◆ 변상욱> 언론플레이를 해 보자.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적어도 언론은 이 내용을 그대로 베껴 쓰는 게 아니라 베껴 쓰면서 언론이 뭔가 거기에 색깔을 담을 텐데, 그렇다면 내가 더 유리하다. 이런 정치적 판단도 있었을 가능성이 크고요.

◇ 이동형> 그러니까 언론은 우리편이라는 생각이 있나 보네요?

◆ 변상욱> 어느정도는 자신감이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이렇게 확 공개하는 것은. 더군다나 성상욱 부장검사가 뭐라고 자기가 모시던 총장을 위해 변명을 했냐면, 해명 내용 보면 오로지 공소 유지에 활용되도록 공소 유지 업무를 지휘하는 대검의 소관부서에게만 딱 전달하고 끝났다. 이렇게 했는데 갑자기 자기 변호인을 통해 언론에 쫙 뿌리시오. 라고 한다면 자기 아랫사람은 그렇게 얘기 안 했는데. 이렇게 되면 상당히 애매해지는 거죠.

◇ 이동형> 알겠습니다. 당장 그런 기사들이 많이 쏟아집니다. 사찰이 아닌 거 가지고 사찰이라고 하고 있다.

◆ 변상욱> 그리고 수사 의뢰 얘길 하셨는데 초유의 사건이라 이 다음에는 어떻게 진행되고 어떻게 진행되는 걸 따지기 어려운데, 한 가지는 분명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법무부 장관이 검사 출신일 때와 검사 출신이 아닐 때의 검찰의 태도는 과연 다른가, 같은가. 이 문젠 거죠. 그러니까 검사가 비위 문제로, 아마 황교안 장관일 때인 것 같습니다만, 징계 처분을 받았는데 억울하다고, 날 왜 징계하냐고 징계 처분 취소 소송을 낸 적이 있습니다. 그때 검사가 뭐라고 썼냐면 각 부의 의장과는 국회에 책임을 지고 자기 밑의 공무원들에 대해 지휘 감독을 한다. 국회에 책임을 지고 지휘 감독을 받는다는 게 바로 뭘 말하냐면 검찰의 민주적인 정당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게 했는데 장관의 통제로부터 벗어나려고 언론에다 자기네들이 갖고 있는 문건을 먼저 뿌린다거나 하는 것들은 태도가 다른 거죠.

◇ 이동형> 아까 말씀하신 것 중에 언론은 우리편이란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았느냐.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 변상욱> 그런 변수가 있습니다.

◇ 이동형> 당장 한국경제 오늘 기사 보면 BTS검색하면 연예계 사찰이냐, 들불처럼 번지는 반추미애 전선. 이게 제목입니다. 이거는 사실을 적은 게 아니라 기자가 생각하는 걸 그대로 제목에 적지 않았습니까? 이런 식으로 여론을 만들 수 있다, 이런 개연성이 있다는 말씀이시죠?

◆ 변상욱> 그렇죠.

◇ 이동형> 알겠습니다. 좀 보고요. 그럼 이 다음에 어떻게 될 것이냐. 앞으로.

◆ 변상욱> 아직도 이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맨 처음에는 징계 위원회가 먼저 열리니까 징계 위원회가 있고. 그 다음에 징계 위원회와 가처분 신청했던 판사의 판결, 이런 게 쭉 이어지겠습니다만 판사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나, 이 문제가 남아 있는데 판사는 헌법과 법령에 따라 주어진 사건에 대해서 총체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이고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판사는 개개인이 독립된 헌법 기관입니다. 그런데 그런 판사를 놔두고 재판장이 있고 옆에서 좌배석, 우배석. 판사가 세 명인데 한 사람은 상당히 존재감이 없고, 질질 끌려만 다니는 사람같다, 라고 검찰이 평가한다는 것은 판사들한테는 대단히 모욕적인 얘기죠. 그 다음에 또 하나 중요한 건 삼권분립이 민주주의지, 삼부분립이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사법권의 독립이 중요한 거지 사법부가 독립해서 마음대로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국민의 입장에선 검찰권이 확실히 독립 보장돼서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는 게 중요하지, 검사가 독립돼서 뭐든지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 관점에서 이 문제를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이동형> 법적인 것은 이번 달 말, 다음달 초 쯤이면 윤곽이 나올 테니까요. 징계도 남아있고요. 징계 절차도 지켜봅시다. 오늘 뉴스가 있는 저녁 앵커리포트, 읽어주시죠.

◆ 변상욱> 종합부동산세를 놓고 폭탄이다, 난리가 났다고 했는데 어제 공식적인 정부 통계가 나왔기 때문에 그걸 바탕으로 해서 정말 어느정도로 폭탄이었나에 대해 팩트 체크가 오늘 앵커리포틉니다.

◇ 이동형> 네, 변상욱의 뉴스가 있는 저녁, 여러분 많이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변상욱 앵커였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변상욱> 고맙습니다.저작권자(c) YTN & YTN plus.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아무튼, 주말]
307일 간병의 기록
서울대 박희병 교수

박희병 교수는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책을 낸 건 어머니를 위한 일이라 시작한 기록이지 나를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며 사진 촬영을 극구 사양했다. 그를 겨우 설득해 어머니 초상화를 앞세워 흐릿하게 촬영했다. 어머니와 72년 해로한 박 교수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간병하며 스케이한 초상화다./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박희병 교수는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책을 낸 건 어머니를 위한 일이라 시작한 기록이지 나를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며 사진 촬영을 극구 사양했다. 그를 겨우 설득해 어머니 초상화를 앞세워 흐릿하게 촬영했다. 어머니와 72년 해로한 박 교수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간병하며 스케이한 초상화다./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밥 문나?” “춥다. 목도리 하고 다니라.” “니가 내 때문에 많이 에비따(여위었다).”실시간파워볼

지팡이가 필요 없을 만큼 꼿꼿하고 총기가 넘치던 어머니는 88세가 된 2017년 10월 말기 암과 알츠하이머성 인지 저하증 판정을 받았다. 병원은 “허겁지겁 응급실을 찾느니 지금부터 좋은 요양병원을 알아봐 그리로 모시라”고 권했다. 가족은 고민 끝에 의사의 권고를 따르지 않기로 했다.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시는 데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다른 선택지를 알아보던 가족은 ‘호스피스 완화의료’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말기 암처럼 회복 불가능한 병을 앓는 환자에게 연명 치료를 하지 않되 고통을 완화하며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 의료 체계다. 어머니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생애 마지막 307일을 살다가 2019년 10월 24일 구순(九旬)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엄마의 마지막 말들’은 박희병(64)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의 간병 일기.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간 어머니 고(故) 임갑연씨를 1년여간 돌보며 들은 어머니의 말을 기록하고 해석했다. 박 교수는 서문에서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나는 죽어가는 어머니가 남긴 말들에 특히 깊은 인상과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얼핏 전후 맥락이 없고 의미 없는 말처럼 보이기 일쑤였다. 하지만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어머니의 이 말들이 모두 의미가 없는 말들은 아니며 단지 의미가 해독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이 단지 박 교수의 사적인 기록만은 아니다. 고령화 시대에 진입한 우리 모두의 질문이 있다. ‘주체적이고 존엄한 죽음을 맞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이를 위해서 우리 사회는 어떤 의료 체계를 구축하고 어떤 지원과 선택지를 제공해야 하는가’.

박 교수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뒤뜰에서 만났다. 그는 “부모님이 삼각지 실버타운으로 이사한 2017년 사월 초파일, 박물관 1층 경천사지 십층석탑을 돌고 2층 불교관 금동반가사유상을 참배했다”며 “삼각지 부근에는 절이 없는 듯해 나온 궁여지책이었다”며 웃었다. 박 교수는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책을 낸 건 어머니를 위해 시작한 기록이지 나를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며 사진 촬영은 극구 사양했다.

'엄마의 마지막 말들' 저자 박희병 교수의 아버지가 그린 어머니의 모습들./창비
‘엄마의 마지막 말들’ 저자 박희병 교수의 아버지가 그린 어머니의 모습들./창비

‘마카 가나?’ 엄마가 사투리를 다시 썼다

―어머니의 말을 기록하고 해석해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동행복권파워볼

“인지 저하증은 조현증과 비슷해요. 늘 그런 게 아니라 텀(기간)을 두고 발작해요. 그러면 딴사람이 돼 버려요. 환영을 보고 환청을 들으면서 소리를 질러요. 갈수록 그 빈도가 잦아지더라고요. 발작을 하면 너무 힘듭니다. 본인이 제일 힘들어요. 몸에서 힘이 다 빠져나가요. 넋이 나간 상태로 몇 시간 있다가 한두 마디씩 하세요. ‘미안하다’ ‘행복했다’ ‘당신(남편)한테 너무 감사하다’. 같이 살면서 어머니에게 들어본 적이 없었던, 범상찮은 말들이었어요. 어머니 자신도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걸 감지하고 계시더라고요. 이런 말들이 강렬하게 가슴에 와닿고 머리에 기억됐어요. 집에 터벅터벅 걸어오면서 어머니 말들을 생각했고, 며칠 후부터 적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간단하게 적다가 갈수록 어머니의 말들과 상황을 자세하게 스케치해놨어요. 2018년 10월 10일 며칠 후부터일 거예요.”

―어머니가 아프면서 눈에 띄게 사투리를 사용하셨다고요.

“어머니는 경남 함안 가야면 말산리에서 태어나 성장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머니가 가야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48년간 살면서 말이 적잖이 순화되고 표준화됐습니다. 아프기 전에는 사투리를 별로 쓰지 않았죠. 그런데 특히 병원에 계시면서 사투리를 사용했어요. 놀랍게도 오랫동안 못 들어본 단어들을 들으니 제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옛 기억과 시공간이 다시 복원되는 거죠. 놀랍고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저에게 주는 선물처럼 느껴졌습니다.”

―책에는 ‘마카 가나?’라는 어머니의 말이 나오더라고요.

“마카는 ‘모두’ ‘전부’라는 뜻입니다. 이 경상도 말은 어린 시절 듣고 못 들었으니 수십년 동안 잊은 단어입니다. 하지만 저는 어머니가 이 단어를 말하자마자 이 오래된, 그동안 완전히 잊어버렸던 이 단어의 뜻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엄마의 말을 통해 잊어버린 시간과 기억 속으로, 그 시절 속으로 단박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겁니다. 갑자기 쫙 연결됐어요. 참선하는 수행자의 돈오(頓悟·단번에 깨달음을 일컫는 불교 용어)처럼요.”

―가장 기억에 남는 어머니의 말은 무엇인가요.

“‘밥 무라’ ‘거 앉아라’ ‘고마 가서 공부해라’처럼 자주 들은 말들이 자꾸 생각나죠. 사소하고 자잘하지만 인생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굉장한 무게가 담겨 있는 함축적인 말들이죠. 남들이 보면 정신없는 사람이 한두 마디 내뱉는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굉장한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깊은 심연에 가 닿는, 서로 합치되는 느낌을 받았죠. 그런 말을 하실 때 순간순간 너무 행복하고 기뻤어요. 어머니가 그런 힘든 여건에서도 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었죠.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도 저에게 사랑을, 주체성을 가르쳐줬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감사했지요.”

―“공부하다 오나?” “고마 가서 공부해라” 등 공부에 대한 말을 많이 하셨더군요.

“어머니에게 저는 늘 공부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극성스럽게 관리해왔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는 우리 세대에서는 흔치 않은 왼손잡이입니다. 어머니는 제가 왼손 쓰는 걸 편히 여기니까 억지로 교정하지 않으셨어요. 구속하지 않고 본성대로 하도록 내버려두었습니다. 놀든 공부하든 크게 잘못하지 않으면 그냥 두셨죠. 하지만 엄마가 근심과 걱정으로 내 공부길을 평생 지켜보셨더라고요. ‘가서 공부해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머니가 혼몽한 중에도 내 공부를 생각하고 있음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웃긴다꼬 웃기”라는 말도 자주 하셨다고요.

“오래 생각해보니 어머니는 이 말이 자신이 처한 난처한 상황, 좀 어려운 말로 하면 ‘실존’에 대한 아이러니적 발화(發話)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어요. 죽지도 못하고 제대로 사는 것도 아닌, 링거 줄을 주렁주렁 매단 채 병상에 누워 있는 자신이 ‘우스웠던’ 것이죠. 아이러니는 반성적 인식이 있을 때에만 느낄 수 있는 인간 특유의 정신적 현상입니다. 인지 저하증이 있는 사람은 아이러니를 느끼지 못할 것이란 통념을 갖기 쉽습니다. 인지 저하증 환자는 몸이나 말로 표현하지 못하지만, 제가 관찰한 결과로는 더 예민하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느끼더라고요.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얼마 전까지도 아이러니를 느꼈고 언어로 표현하셨습니다. 인지 저하증 환자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수정할 필요가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아들! 서울대 교수!”라고 간병인에게 자랑도 하셨다죠.

“제가 교수라고 드러내는 걸 탐탁잖게 여기는 편입니다. 지금 사는 아파트의 한 주민은 저를 고시 폐인으로 알았다고 말한 적도 있어요.(웃음) 부모님에게도 아들이 교수라는 사실을 되도록 남에게 말하지 말라고 당부 드리곤 했는데, 인지 저하증이 마음의 억제력을 약화시키나봅니다. ‘나를 깔보지 마라, 무시하지 마라, 존중하라’ 이런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느꼈어요. ‘내 아들이 이런 사람’이라는 게 바로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거니까.”

박희병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는 2017년 부처님오신날 부모님과 함께 박물관 1층 경천사지 십층석탑을 돌고 2층 반가사유상을 참배했다. 부모님이 거주하던 실버타운이 있는 삼각지 부근에 절이 없는 듯해 나온 궁여지책이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박희병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는 2017년 부처님오신날 부모님과 함께 박물관 1층 경천사지 십층석탑을 돌고 2층 반가사유상을 참배했다. 부모님이 거주하던 실버타운이 있는 삼각지 부근에 절이 없는 듯해 나온 궁여지책이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내가 아파 니 기 챈다.”

박 교수 가족은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시는 대신 재가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가 어머니를 집에서 돌보기로 했다. 다행히 어머니는 다음 해인 2018년 추석 무렵까지 큰 불편 없이 집에서 생활하였다. 하지만 그해 10월 10일 오전 극심한 요통이 왔다. 실버타운 부속 의원에서 진통제를 맞았지만 소용없었다. 구급차 타고 병원에 가서 응급조치를 받았다.

어머니는 이날 오후 실버타운에 돌아왔지만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졌다. 간병인 도움도 잠시 받아봤지만, 집에서 모시기 힘들다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요양병원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했다. 다른 선택지를 알아보던 가족은 ‘호스피스 완화의료’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왜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어머니를 입원시키지 않았나요.

“아버지가 저하고 동생한테 요양병원을 알아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서울 시내 요양병원을 알아봤죠. 그렇게 확인한 정보를 말씀드리니까 아버지가 ‘그건 안 되겠다. 느그 어머니가 발작은 하지만 정신이 또렷한데 요양병원에 넣을 수는 없지 않으냐’고 하셨어요. 요양원에 대해서는 ‘너희 어머니가 어떤 취급을 받을지 모른다’며 더 부정적이셨고요. 그러면서 ‘집에서 해보자’는 합의가 됐어요.”

요양병원은 의사나 한의사가 의료를 행하는 병원인 반면, 요양원은 돌봄을 목적으로 하는 복지 시설이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많은 노인은 ‘요양’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이 병원과 시설을 삶의 종착역, 죽기 전에는 나올 수 없는 감옥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결국 재택 요양을 못 하게 됐지요.

“어머니가 발작을 하면서 아버지가 감당이 안 되는 거예요. 아버지가 그러시더라고요. ‘너희 어머니가 발작을 하면 장사(壯士)가 된다’고요. 그렇다고 가끔 가는 저희 형제들이 할 수도 없고요. 2017년 의사가 ‘요양병원에 당장 보내라’고 할 때는 냉혹하구나 했는데, 오랫동안 봐왔으니까 그랬던 거구나 깨달았습니다.”

―요양병원 대신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선택했습니다. 둘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요양병원은 적극적 의료 행위를 하는 의료기관입니다. 생명 연장을 위한 개입이 더 많죠. 어떻게든 사람을 치료하는 쪽이죠. 반면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치료를 받지 않습니다. 산소호흡기도 안 됩니다. 생의 마지막을 존엄하게, 고통을 덜 느끼면서 사시다 가게끔 하는 케어(care)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입니다. 고통이 있으면 완화해주고, 장애나 불편이 있으면 치료해주는 정도에 그치는 겁니다.”

국내에서는 암, 후천성 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 네 질환을 앓는 생애 말기 환자만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이용할 수 있다. 모든 병원이 제공하지는 않는다. 2020년 11월 현재 전국 의료기관 87곳이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기관으로 지정돼 입원형(호스피스 병동 입원)과 가정형(자택 방문), 자문형(일반 병동과 외래 환자 대상) 서비스를 하고 있다. 박 교수는 우선 간호사가 정기적으로 집에 찾아오는 가정형 서비스를 신청했다. 하지만 곧 입원형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가정형 호스피스를 그만두고 입원형으로 전환한 이유가 뭔가요.

“가정형 서비스를 처음 받았을 때는 너무 기뻤습니다. 집에서 처치받다가 돌아가시면 한이 없겠다 싶었죠. 그런데 말기 암에 인지 저하증이 있는 어머니를 돌보는 건 하루하루 전쟁이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간호사가 방문하고, 일주일 또는 2주마다 의사를 만나는 것만으로는 의료적 처치가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병원에서 대하는 태도에 따라 환자의 상태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어떤 병원 의료진은 어머니를 사물화하는 편이었지만, 어떤 병원 의료진은 어머니를 인간적으로 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떤 병원에 있느냐에 따라 어머니는 의료진과 간병인에게 눈총받는 천덕꾸러기 신세일 때도, 간호사와 동료 환자들에게 사랑받는 ‘스마일 할머니’일 때도 있었습니다.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어요. 환자가 ‘이해’의 대상이냐, 아니면 ‘처치’의 대상이냐에 따라 전혀 달라져요. ”

―시설이나 시스템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의사를 잘 만나야 가능한 건가요.

“제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모범적 시스템의 중심에는 의사가 있었어요. 병원의 시설이 낡았는가 최신식인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어요. 어떤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인간적인 따스함이 감돌았습니다. 그것은 의사의 태도와 자세에 기인했습니다.”

―환자에 대한 ‘화학적 제어(chemical restraint)’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소신이 확고하신 듯합니다.

“호스피스 병동 환자는 굉장히 예민해져 있는 상태기 때문에 약이 바뀌면 즉각 변화가 나타납니다. 약을 바꾸거나 증량하면 의사가 환자 측에 말을 해줘야 합니다. 어떤 의사는 말을 하고 어떤 의사는 하지 않습니다. 가족은 환자 상태를 잘 관찰해서 의사와 의견을 주고받아야 합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에서는 환자 보호자와 의료진 특히 의사와의 소통과 대화가 필수적입니다.”

―도토리묵을 쑤고 호랑이콩을 삶아 먹이는 등 음식에도 신경 쓰셨던데요.

“제 나름의 분류에 따르면, 호스피스 병실에는 3단계의 환자가 있습니다. 첫째는 밥을 먹는 환자이고, 둘째는 죽을 먹는 환자이며, 셋째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환자입니다. 환자는 음식을 먹을 수 있을 때까지는 인간의 주체성을 확보합니다. 곡기를 끊으면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게 되며, 주사에 의존해 연명하다가 반혼수상태를 거쳐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고 곧 숨을 거둡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좋은 호스피스 병원이란 특히 두 번째 단계 환자에게 세심함과 배려를 보여주는 병원입니다. 왜냐하면 이 단계 환자가 가장 까다롭고 다루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호스피스 병실 의료진은 웬만하면 환자에게 음식을 먹이지 않기를 바라는 듯한 눈치였습니다. 음식을 섭취하지 않으면 똥도 안 누니까 다 편하죠. 환자의 입장보다 병실 관리의 입장에서 사고하는 듯했습니다. 한 병원 의사는 나를 따로 불러 한 시간 반이나 교육하면서 어머니에게 억지로 뭘 먹이지 말라는 말을 귀가 아프도록 했어요. 의사들은 꼭 먹이지 말아라, 돌아가실 때가 돼서 그런다고 말하더라고요. 하지만 그거는 제가 옳았어요. 의사들 말대로 어머니를 먹이지 않았다면 훨씬 일찍 돌아가셨을 겁니다.”

―‘고통 없이 가시게 하지 뭐 하러 질질 끄나’ 생각할 수도 있을듯한데요.

“그게 다 의미 있는 생의 일부더라고요. 어머니의 마지막 석 달은 우리 가족에게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의미 있는 말을 많이 주고받아 아버지에게도 형에게도 너무 좋은 기억이 많아요. 태양이 한낮에 짱짱함도 있지만 낙조(落照)가 들면서 질 때의 특별함도 있지 않습니까. 모두 생의 의미 있는 과정이지요.”

―교수님 어머니에게만 주어진 운 좋은 경우는 아닐까요.

“보통 다른 집들은 병원이 시키는 대로 따를 겁니다. 물론 우리 집도 회한이 있습니다마는, 제 어머니는 마지막에 나름대로 잘 사시다 가신 것 같아요. 가족이 의료 행위에 적극적으로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특히 약물에 대한 개입이 제일 중요합니다. 병원에서는 환자 상태가 조금만 나빠지면 더 센 약을 투여하거나 양을 늘립니다. 식물인간처럼 가만히 있게 환자를 화학적으로 통제하는 거예요.”

'엄마의 마지막 말들' 저자 박희병 교수의 아버지가 그린 어머니의 모습들./창비
‘엄마의 마지막 말들’ 저자 박희병 교수의 아버지가 그린 어머니의 모습들./창비
'엄마의 마지막 말들' 저자 박희병 교수의 아버지가 그린 어머니의 모습들./창비
‘엄마의 마지막 말들’ 저자 박희병 교수의 아버지가 그린 어머니의 모습들./창비
'엄마의 마지막 말들' 저자 박희병 교수의 아버지가 그린 어머니의 모습들./창비
‘엄마의 마지막 말들’ 저자 박희병 교수의 아버지가 그린 어머니의 모습들./창비

“엄마! 다음 세상에 또 만나요!”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기 사흘 전인 2019년 10월 21일 호흡이 끓어질 듯 말 듯 간신히 이어지고 있었다. 박 교수는 그날을 이렇게 기록했다. “나는 임종이 가까워졌다 여겨 엄마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마의 귀에 대고 ‘엄마! 다음 세상에서 또 만나요!”라고 말했다. 엄마는 이 말을 알아들으셨는지 갑자기 ’어어어‘ 하는 소리를 내셨다. 내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나는 또 엄마 귀에 대고 이리 말씀 드렸다. ’엄마 덕분에 이 세상에 태어나 학자가 됐어요. 엄마, 감사해요. 다 엄마 덕분이에요. 엄마, 정말 감사해요. … 나는 엄마의 메시지가 대체로 이런 뜻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 희병아. 잘 있어라. 그리고 건강하게 공부 잘해라. 그동안 고맙다. 나도 네 덕에 좋았다.” 어머니 임갑연씨는 사흘 뒤인 24일 오전 12시 30분경 박 교수를 쳐다보고는 숨을 거두었다.

―“어어어”에 과연 그렇게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을까요.

“분명 의미 있는 발화(發話)였어요. 며칠 전부터 식물인간처럼 누워만 계셨는데 내가 말을 하자 갑자기 입을 우물거리고 눈을 감으신 채로 깜짝깜짝거리셨어요. ‘정상적’ 인간과 다르게 의미를 주고받는 방식이었어요.”

박 교수는 다음 글로 책을 마무리했다. “엄마를 보내고 나니 내 삶은 엄마가 계실 때와 안 계실 때로 확연히 나뉜다는 생각이 든다. 바야흐로 초로에 접어든 만큼 이제부터 내가 원하는 죽음의 방식을 골똘히 생각해나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것이다.”

―어머니를 보내면서 본인은 어떤 죽음을 맞겠다고 생각하셨나요.

“저는 외롭되 자유롭고 자유롭되 외로운 삶을 살아왔습니다. 주체성을 삶의 본질로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떠밀려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죽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안락사가 더 공론화되어 존엄한 죽음이 우리 사회에서도 선택 가능하게 되면 좋은데, 당장 그렇게 되겠습니까.

―안락사에 찬성하시나요.

“‘자유 죽음’이라는 게 있습니다(오스트리아 작가 장 아메리(Amery)가 만들어낸 말이자 책 제목으로, ‘자기 자신을 살해한다’는 의미의 자살을 ‘자유롭게 죽음을 선택한다’는 자유 죽음으로 대체하자며 제안했다.) 태어나는 것은 선택할 수 없지만 죽는 것은 선택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살아야 하나, 어떻게 죽어야 하나 고민입니다. 저만의 고민은 아닐 겁니다.”ⓒ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코로나 속 다시 부는 한 달 살기 열풍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고 했던가. 다시 ‘한 달 살기’ 열풍이다. 이미 한 달 살기 성지로 자리 잡은 제주뿐 아니라 남해, 통영, 강릉, 속초, 부산 등 전국 각지엔 요즘 한 달 살기 하는 이들이 늘었다. 노트북을 들고 거리 두기가 가능한 한적한 지역을 찾아 은둔하듯 생활한다. 일상을 벗어나 한 달간 느린 숨을 쉬며 관광 대신 ‘탐색’을 한다. 낯선 지역에서 살아보는 한 달 살기는 코로나 시대 집콕에 시달린 이들의 새로운 생존법이자 처방전이 된 듯하다. 무한 재생되던 일상의 쳇바퀴에서 잠시 멈춤한 후 한발 떨어진 곳에서 삶을 ‘리셋’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북 포항에서 속초로 한 달 살기 온 최인호씨가 속초관광수산시장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바쁘게 여행하는 이들이 더 많은 이곳을 서두르지않고 둘러볼 예정이라고 했다. 아직 속초를 알아가기까지 그에겐 보름이라는 시간이 더 남아 있으니까. / 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
경북 포항에서 속초로 한 달 살기 온 최인호씨가 속초관광수산시장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바쁘게 여행하는 이들이 더 많은 이곳을 서두르지않고 둘러볼 예정이라고 했다. 아직 속초를 알아가기까지 그에겐 보름이라는 시간이 더 남아 있으니까. / 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

◇겨울방학·휴가 앞두고 ‘한 달 살기’ 정보 사냥 戰

‘코로나 피해 한 달 쉴 곳 찾고 있습니다’ ‘집콕 생활에 지쳐서 올 겨울방학엔 아이들과 한 달 살기 계획 중입니다’ ‘해외여행 포기하고 국내 한 달 살기 시작합니다’···.

‘한 달 살기’ 정보 창구이자 대표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일년에 한 도시 한달살기’엔 요즘 연일 한 달 살기를 희망하는 이들의 방문이 이어진다. 하루 평균 방문객 수만 2000여 명. 매일 50~60명이 새로 가입하는 중이다. 주로 한 달 살기에 대한 지역 및 숙소, 생활 정보와 한 달 살기 유경험자들의 후기 공유가 활발하다.

연말연시와 방학을 앞둔 이 시기쯤이면 해외 한 달 살기에 대한 글이 주를 이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강타한 올핸 국내 한 달 살기 글이 대부분이다. 그중 제주가 여전히 강세이긴 하나 비교적 인구 밀집도가 낮은 지방 소도시에 대한 관심과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올해 한 달 살기의 특징이다. 블로그엔 강릉과 속초, 양양, 부산 등 동해를 낀 관광 도시뿐 아니라 경북 문경·충북 단양 등 내륙, 울릉도와 욕지도 등 자발적 고립 생활이 가능한 오지의 섬을 희망한다는 이들도 목격된다.

성남 분당의 집을 떠나 지난달 경북 영덕에서 늦은 휴가 겸 한 달 살기를 했다는 이예리(32)씨는 “편의 시설이나 즐길 거리가 많지는 않았지만, 코로나에 비교적 안심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것만으로도 그저 마음 편한 한 달을 보냈다”고 했다. 한 달 살기를 빗댄 ‘셀프 유배 생활’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집이 아닌 다른 지역의 숙소에서 마치 유배 간 듯 장기 체류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 사는 출판 편집자 송수영(38)씨는 재택근무로 전환하며 경기도 양평 서종면에서 한 달 살기를 시작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니 집중도가 떨어져 재택근무 환경에 변화를 주려고 한 달 살기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회사가 있는 서울 강남까지 1시간 이내 오가기 편리한 곳을 택했다. 송씨는 “셀프 유배 생활을 하다 보니 저절로 불필요한 인간관계가 정리되면서 일에 집중도가 높아진 것 같다”며 “겨울 휴가도 이곳에서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해외 대신 국내 한 달 살기로 ‘회항’

국내 한 달 살기가 많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는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히면서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하니 국내 장기 여행으로 눈을 돌린 이가 적지 않다. 전직 교사인 최인호(64)씨도 그중 하나다. 2005년 산골 학교 제자 13명의 수학여행 경비 모금을 위해 620㎞를 걸어 화제를 모았던 최씨는 퇴직 후 책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을출간하는 등 트레킹 전문가로 활동했다. 올겨울엔 해외 트레킹 대신 속초살이를 택했다.

자택인 경북 포항을 떠나 속초에 깃들어 산 지 이제 열흘 남짓. 애초 계획은 한 달 동안 설악산 등산을 즐길 목적이었으나 하필 설악산이 입산 통제 기간에 접어들어 한 달 살기 목표를 조금 수정해야 했다. 아침이면 설악산 대신 동네 주민들이 즐겨 찾는 주봉산이나 청대산을 오르거나 영랑호 둘레길을 산책한 뒤 숙소에 돌아와 글을 쓴다. “설악산 등산에 대한 마음을 접으니 오히려 다른 산이 보이더라”는 최씨는 “한 달 살기를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속초의 속살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속초 한 달 살기 중인 최인호씨가 최근 문을 연 복합 문화 공간 '설악산책'에서 책을 읽고 있다. 최씨는 "여행객들에게도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보물 같은 곳을 찾았다"며 좋아했다. / 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
속초 한 달 살기 중인 최인호씨가 최근 문을 연 복합 문화 공간 ‘설악산책’에서 책을 읽고 있다. 최씨는 “여행객들에게도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보물 같은 곳을 찾았다”며 좋아했다. / 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

이따금 속초 시민의 숨은 아지트인 복합 문화 공간 ‘설악산책’에 가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글도 쓴다. 이동할 땐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한 달 살기를 하려면 가족 동의는 필수. 아내 반응은 예상외로 ‘쿨’했다고 한다. 최씨는 “코로나 사태로 아내와 매일 붙어 있었는데 한 달 살기를 하며 각자 시간이 생기니 더 좋아하더라”며 “아내와의 관계도 좋아졌지만, 낯선 곳에 있으니 방해 요소가 줄어 글을 쓰는 데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직장인 황희정(50)씨도 해외여행 대신 한 달 살기에 눈을 돌린 경우다. 올 초 회사에서 ‘한 달 배낭여행’ 포상을 받아 스페인 순례길 여행 계획을 세웠지만, 코로나 사태로 결국 취소했다. 그냥 넘기기엔 아쉬워 ‘제주 올레길 완주’ 계획을 세우고 지난 10월 24일부터 11월 28일까지 제주 한 달 살기에 도전했다. 한 달 살기를 마무리하는 황씨는 “올해는 특히 지쳐 있었는데 제주 한 달 살기가 특효약이 된 것 같다”고 했다. 황씨는 한 달 사는 동안 올레길 걷기 축제에도 참가했다. 처음 목표는 올레길 26개 코스 완주였으나 욕심을 버렸다. 완주해야겠다는 목표 때문에 오히려 제주의 삶을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아 코스 20개로 만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라는 악몽보단 ‘한 달 살기’라는 버킷리스트를 실천할 수 있었던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 블루 해소하며 진정한 휴식기

진정한 휴식기를 갖고자 했던 이들에게도 한 달 살기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동갑내기 친구 사이인 채백련·김희진(32)씨는 얼마 전 퇴사 후 강릉 한 달 살기를 시작했다. 스타트업에 다니던 두 사람은 “코로나를 거치며 가치관이나 삶의 방향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일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오래 달리기 위해선 과감하게 쉼표를 한 번 찍어야 한다는 마음이 무엇보다 강했다. 오랫동안 꿈꿔 왔던 창업도 실행에 옮기기로 하고 휴식 겸 사업 구상을 위해 강릉을 택했다. 강릉은 몇 차례 여행으로 다녀가며 한 달 살기 도시로 점찍어두었던 곳. 창업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휴식을 하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

동갑내기 친구 사이인 김희진·채백련씨는 얼마 전 퇴사 후 버킷리스트였던 '강릉 한 달 살기'에 도전했다. 스타트업 창업 준비 중인 두사람이 함께 꾸민 한달짜리 숙소는 2막을 준비하는 백스테이지다.  / 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
동갑내기 친구 사이인 김희진·채백련씨는 얼마 전 퇴사 후 버킷리스트였던 ‘강릉 한 달 살기’에 도전했다. 스타트업 창업 준비 중인 두사람이 함께 꾸민 한달짜리 숙소는 2막을 준비하는 백스테이지다. / 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
강릉 한 달 살기 중인 채백련·김희진씨가 숙소 근처 '고요' 요가 학원에서 요가를 배우고 있다. 두 사람은 한 달 살기를 하면서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계획을 세워 실천하고 있다. / 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
강릉 한 달 살기 중인 채백련·김희진씨가 숙소 근처 ‘고요’ 요가 학원에서 요가를 배우고 있다. 두 사람은 한 달 살기를 하면서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계획을 세워 실천하고 있다. / 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에서 강릉에서도 비교적 한적한 해변인 송정 해변 인근 숙소를 구했다. 생활에 ‘루틴(routine·매일 반복하는 특정한 행동)’을 정하고 현지인들처럼 강릉에 녹아들어 보기로 했다. 매일 아침 해돋이를 보며 송정 해변을 산책하고, 요가 학원에 등록해 요가를 배운다. 중고 거래 앱인 ‘당근마켓’을 이용해 강릉 주민에게 한 달간만 사용할 자전거도 빌렸다. 적어도 한 달만큼은 ‘강릉 사람처럼 사는 것’이 그녀들의 현재 목표다.

강릉에서 한 달 살기 하는 김희진·채백련씨가 동네 탐험을 하다 발견한 35년 전통의 '송미막국수'. 우연히 들렀다가 메밀옹심이칼국수와 메밀전을 먹고서 단골이 됐다. 무뚝뚝한 듯 정감 넘치는 주인아주머니에게 듣는 강릉 이야기도 재미있다. / 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
강릉에서 한 달 살기 하는 김희진·채백련씨가 동네 탐험을 하다 발견한 35년 전통의 ‘송미막국수’. 우연히 들렀다가 메밀옹심이칼국수와 메밀전을 먹고서 단골이 됐다. 무뚝뚝한 듯 정감 넘치는 주인아주머니에게 듣는 강릉 이야기도 재미있다. / 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

동네 탐험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단골 맛집도 생겼다. 숙소 부근 ‘송미막국수’는 우연히 발견한 맛집이다. 이곳 주인아주머니에게 강릉 이야기를 듣는 게 재미있어 이틀에 한 번꼴로 들르다 보니 단골이 됐다. “한 달 살기는 일주일, 보름 살기와는 또 다른 방식의 여행이에요. 그동안 여행하면서 강릉이라는 도시를 즐겼다면, 한 달 살기를 하면서 강릉을 알아가고 배우는 중입니다.” 채씨의 말이다.

제주 애월에서 한 달 살기 중인 조혜원씨. / 조혜원
제주 애월에서 한 달 살기 중인 조혜원씨. / 조혜원

제주 애월에서 한 달 살기 중인 조혜원(33)씨 역시 그동안 미뤄왔던 한 달 살기 중이다. 두 달 전 퇴사 후 잠시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틈틈이 의뢰받은 작업을 하며 장기 휴식에 돌입했다. 조씨는 “일반 직장인일 때는 꿈도 못 꿨던 한 달 살기였다”면서 “휴식하며 다음 단계를 구상하는 지금이 코로나 이후 삶에 큰 전환점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방학을 앞둔 학부모들 사이에선 경주나 공주·부여 한 달 살기가 인기다. 등교 수업이 줄어들면서 재택 수업을 했던 자녀를 데리고 집이 아닌 새로운 환경에서 기분 전환 겸 대안 교육이라도 하겠다는 취지다. 12월 겨울방학과 동시에 경주 외곽으로 가 한 달 살기에 돌입한다는 설성경(42)씨는 “감염을 우려하며 여행 다니는 것보단 한곳에 머물며 조용히 도시 탐방하는 계획을 세웠다”며 “오랜 집콕으로 높아진 스트레스도 해소할 겸 알찬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안 되면 일주일 살기, 보름 살기라도…

코로나 대응 상황에 따라 재택근무나 휴직 등으로 시간 융통이 가능해지거나 공백이 생긴 이들도 있지만 일반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들에게 한 달 살기는 꿈 같은 일. 한 달 살기 차선책으로 남은 휴가나 연·월차 등을 이용해 일주일 살기, 보름 살기(반달 살기)에 도전하는 이들도 있다. 숙박 예약 플랫폼인 ‘위메프 투어’에 따르면 국내 지난 7~8월 7박 이상 국내 장기 숙박 예약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00% 급증했다. 농어촌 국내 여행 전문 관광 벤처 기업인 ‘시골 투어’ 역시 코로나 사태에 바이러스 청정 지역으로 꼽히는 농어촌을 찾아 ‘시골살이’를 하려는 이들의 문의가 대폭 늘었다.

한 달 살기 붐이 일면서 최근엔 일부 호텔에서도 2일 이상 연박하면 숙박비를 할인해주거나 일주일, 보름, 한 달 투숙 관련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아예 ‘호텔에서 한 달 살기’를 내세운 숙박 예약 플랫폼도 나왔다. 관광 벤처 ‘트레블메이커’가 새로 선보인 ‘호텔에삶’은 코로나 후 한 달 살기 열풍과 함께 등장한 서비스다. 호텔에 ‘투숙’하지 않고 ‘입주’하는 개념을 선보인다.

전국의 각 지자체에서도 관광 활성화와 개발, 귀농·귀촌·귀어 인구 유입을 위해 한 달 살기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최소 일주일부터 한 달까지 기간별로 체험단을 꾸려 숙박비와 식비 등을 지원하는 식이다. 한 달 살기를 콘셉트로 했던 tvN의 예능 프로그램 ‘여름방학’ 촬영지 강원도 고성군은 지난 10월 19일부터 11월 15일까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달 살기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앞서 지난 8월 ‘제주 한 달 살기’ 이벤트를 진행했던 제주맥주도 12월 20일까지 한 달 살기 시즌2인 ‘겨울나기’ 편 참가자를 모집한다.

3년 전 미세 먼지를 피해 강원도 고성에서 한 달 살기 했던 한혜진씨와 딸 지우는 고성이 좋아 어느덧 3년째 살고 있다고 했다. 한 달에 두어 번 대전 자택에 가거나 주말 부부로 지내는 게 불편할 때도 있지만, 올해 코로나가 유행해 당분간은 고성에서 지낼 계획이라고 했다. 지우는 한 달 살기를 계기로 '시골 유학'을 택했다. / 주민욱 영상미디거 기자
3년 전 미세 먼지를 피해 강원도 고성에서 한 달 살기 했던 한혜진씨와 딸 지우는 고성이 좋아 어느덧 3년째 살고 있다고 했다. 한 달에 두어 번 대전 자택에 가거나 주말 부부로 지내는 게 불편할 때도 있지만, 올해 코로나가 유행해 당분간은 고성에서 지낼 계획이라고 했다. 지우는 한 달 살기를 계기로 ‘시골 유학’을 택했다. / 주민욱 영상미디거 기자

◇사전 답사 필수

한 달 살아보고 싶은 지역을 선정했다면 숙소 예약 전 사전 답사는 필수다. 주부 한혜진(42)씨는 초등학교 5학년인 딸과 강원도 고성에서 한 달 살기를 계기로 3년째 고성에서 머물고 있다. 한씨는 “코로나 사태로 다시 한 달 살기가 유행하면서 답사 한번 안 하고 숙소 예약부터 하는 이들이 많더라”며 “반드시 답사를 가 지역 특성과 주민 정서를 살핀 후 결정하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한씨처럼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동반해 한 달 살기를 할 경우 응급실이 있는 병원과 도시 생활과 너무 동떨어지지 않은 인프라를 갖춘 곳을 선택하는 게 좋다. 아이들이 쉽게 지루해할 수 있고 아이들과의 한 달 살기는 생각보다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자칫 주민 정서에 반하는 행동으로 주민들과 불협화음을 빚는다면 불편한 한 달 살기가 될 수 있다. 최근 두드러지는 문제는 ‘마스크 착용 예절’이다. 공기 좋은 곳에서 한 달 살기 한다고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고 공용 시설을 돌아다니거나 반대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주민에게 마스크 착용을 강요해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 달 살기를 하더라도 코로나가 유행할 때는 숙소 외 지역에선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예의라는 걸 잊지 말 것.ⓒ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불법 장기매매를 다룬 영화 '공모자들' /씨너스 엔터테인먼트
불법 장기매매를 다룬 영화 ‘공모자들’ /씨너스 엔터테인먼트

중국에서 장기를 불법적으로 적출해 온 일당이 붙잡혔다고 BBC가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체포된 장기매매 일당 6명 중 4명은 유명한 의사로 밝혀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2017년부터 2년간 안후이성의 한 병원에서 11명의 간과 신장을 불법적으로 적출했다. 이들이 장기 적출을 한 피해자는 대부분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상태에 빠진 환자들이었다.

장기매매를 위한 이들의 전략은 체계적이었다. 목표가 정해지면 병원의 중환자실 실장이 환자의 가족에게 접근해 장기기증에 대한 동의서를 받아냈다. 동의서에는 장기를 지역 당국이나 베이징의 중국 장기기증 관리센터에 기증한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이들은 기증이 아니라 환자로부터 장기를 적출해 이를 불법적으로 판매했다. 적출 과정도 범죄 영화와 비슷하다. 환자를 한밤 중 구급차처럼 꾸민 승합차에 옮긴 뒤 차 안에서 장기를 적출한 것이다. 이렇게 불법적으로 적출된 장기는 인신매매 조직원과 연계해 이를 원하는 개인이나 다른 병원에 판매했다.

중국에서 수감자를 대상으로 불법적인 장기 적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증언은 여러차례 나온 바 있다. 영국의 ‘중국 조사위원회’는 인권활동가들의 증언을 토대로 중국에서 매년 최대 9만 건의 장기이식 수술이 자행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것보다 훨씬 많은 수라는 것이다. 또 사형수들로부터 장기를 적출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중국은 2014년 처형된 수감자들로부터 장기를 적출하는 일을 중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의 장기 적출을 막기 위한 국제 연합’(EOP)은 2016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 수감자들의 장기 적출이 여전하며 그 배후에 중국 공산당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2차 유행과 달리 수도권·산발적 유행
집단감염→타지역 전파 곳곳에서 반복
“국내 이동 쉬워, 전국적 거리두기해야”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지난 20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해당 학원의 모습. 2020.11.20.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지난 20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해당 학원의 모습. 2020.11.20.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발생하면서 일일생활권인 국내 상황을 고려하면 전국적 전파가 언제든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1,2차 유행과 달리 특정한 감염 집단이 없는 데다, 계절적으로 바이러스 생존에 유리한 겨울철이어서 유행 확산의 위험은 더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유행 상황을 고려하면 전국 단위로 거리두기 단계를 서둘러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28일 최근 일주일간 일평균 국내발생 신규 확진자 수는 382.4명으로 전주 227.7명에 비해 160여명 증가했다.

26~27일엔 각각 553명, 525명이 증가해 3월4일 이후 처음으로 이틀 연속 500명대 증가세를 보였다. 28일 0시 기준 484명의 국내발생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기준인 일평균 400명을 넘어선다.

권역별 발생 상황을 보면 수도권은 최근 일주일간 평균 270.8명, 비수도권은 111.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수도권은 11월13일 113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15일 연속 세자릿수 확진자 증가를 보이며 본격적인 유행이 진행 중이다.

수도권에서 첫 세자릿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11월13일 이후 6일이 지난 11월19일에 비수도권 신규 확진자가 116명으로 84일만에 세자릿수로 증가하더니 24일부터는 4일 연속 세자릿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3차 유행의 특징 중 하나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전파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노량진 임용단기학원 관련 집단감염이 대표적이다. 지난 24일 기준 이 집단감염과 관련해 서울 41명, 경기 21명, 인천 12명 외에 전북 6명, 광주 2명, 부산과 대전, 강원, 충북, 충남, 전남 1명 등 비수도권 8개 지역에 감염이 발생했다.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특정 집단감염 사례 외 개별적인 선행확진자의 접촉이나 지역 방문 이후 확진된 사례에서도 수도권을 통한 전파는 비일비재하다.

26일 기준으로만 충북, 대전, 세종, 부산, 경북, 전북, 강원 등에서 수도권 지역 확진자와 접촉을 했거나 집단감염 발생 장소 방문으로 감염된 사례가 나타났다.

지난 2~3월 발생했던 1차 유행때는 대구·경북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나타났다. 수도권은 비수도권에 비해 인구 수가 많고 인구 이동도 활발하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서울도심집회 등의 영향으로 2차 유행이 발생했던 8~9월엔 3차 유행과 마찬가지로 수도권 중심으로 감염이 확산됐지만 당시엔 교회와 집회라는 유행을 주도하는 집단이 있어 접촉자 조사 등이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용이했다. 계절적으로 여름철이어서 겨울보다 실내 밀집도가 낮고 바이러스 생존력이 떨어지는 이점도 있었다.

하지만 3차 유행은 인구가 많은 수도권 중심 유행과 일일생활권이라는 지리적 요인에 겨울철이라는 계절적 불안요소까지 더해지면 확진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탁 순천향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국토가 작아 이동이 쉽기 때문에 어느 지역에서 확진자가 생기면 그 확진자의 이동에 따라 또 다른 지역에서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3차 유행이 지속되면서 지난 26일 0시 기준 충청권 신규 확진자 58명, 경남권은 69명, 호남권은 47명이 발생하는 등 비수도권도 덩달아 유행 규모가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충북 제천 김장모임을 통해 강원에도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충북 청주 당구장 모임에서 충남, 전북, 광주, 경기에서 확진자가 나타나는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감염이 확산 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경남 진주 이장단 협의회의 연수를 통한 집단감염 등 여행·연수를 통한 감염이 연달아 발생하자 공항·만 입도때 37.5도 이상의 고열일 경우 진단검사를 받고, 검사 결과에 따른 격리와 치료 비용을 자가부담하도록 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부는 특정 권역의 경우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에도 해당하지 않아 전국적 2단계 격상은 더 논의를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풍선효과 등을 고려하면 전국 단위로 거리두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탁 교수는 “어차피 한 지역에서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더라도 다른 지역에 가서 제한된 일들을 할 수 있다”며 “전국 단위로 거리두기를 같이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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