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새벽부터 광주 북구에 있는 A씨의 집에 초인종이 잇달아 울렸습니다. 참다못한 A씨는 마지막 초인종을 누른 남성 B씨를 붙잡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B씨가 일면식도 없는 A씨 집을 찾아온 사연은 황당했습니다.파워볼실시간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익명 채팅앱에서 18살이라고 밝힌 여성이 ‘자신의 집에 놀러 오라’며 알려준 주소를 따라왔다는 취지로 진술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앞선 두 남성도 마찬가지 이유로 A씨 집 초인종을 누른 걸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A씨 측에서 해당 글을 올린 사실이 없었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이에 심리적 부담감을 느낀 범인이 자수했는데 바로 아랫집에 사는 20대 남성 박 모 씨였습니다. 경찰은 박 씨가 평소 층간 소음 때문에 A씨에게 불만이 쌓였고, A씨를 골탕먹이기 위해 허위 채팅으로 남성들을 유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박 씨를 주거침입 간접정범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처벌할 계획입니다. 간접정범이란 범죄를 저지를 고의가 없는 사람을 시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말합니다. 대신 채팅 글을 보고 A씨 집을 찾아온 남성 3명에 대해선 입건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경찰은 A씨 집을 찾아온 사람들은 단지 박 씨에게 속은 것일 뿐이라는 겁니다.

해당 소식을 전한 기사들에는 “어쨌든 미성년자 조건만남 하러 간 건데 아무런 처벌 없이 보내도 되느냐?”라는 댓글 반응이 줄을 이었습니다. 또 “원래 성매매 미수범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등의 반응도 달렸습니다.

허위 채팅 글에 속아 A씨 집을 찾아온 남성들을 미성년자 성매매 미수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 지 따져봤습니다.


■ 성매매 미수 대상이 성인이면 처벌 못 해, 만 19세 미만은 처벌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는 미수에 그쳤을 땐 처벌할 수 없습니다.파워볼

성매매처벌법에 따르면 성인을 대상으로 성매매한 경우 성을 구매한 사람은 물론 자발적으로 성을 판매한 사람도 처벌을 받게 되는데, 미수범에 대한 처벌규정은 없습니다.

반면 성매매 대상이 만 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일 경우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청소년성보호법은 미성년자가 성을 팔도록 유인하거나 권유한 행위뿐 아니라, 이 행위가 미수에 그치더라도 처벌하게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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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미성년자의 성 매수 권유에 응한 성인을 처벌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대법원 판례. 2011도3934) 미성년자가 적극적인 성매매 의지가 있었고 비록 성매매는 미수에 그쳤어도 말입니다.

다시 말해, 성매매 미수자가 “실제로 성매매를 하지 않았고 미성년자가 적극적으로 성매매를 제의했을 뿐”이라고 강변해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위 사건에서 A씨 집을 찾아온 남성들도 미성년자 성매매 미수범으로 볼 수 있을까요?

■ 경찰 “조건만남 미수로 보는 건 무리”

해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광주 북구경찰서는 A씨 집을 찾아온 남성 B씨 등을 미성년자 성매매 미수범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먼저 미성년자와 성관계 부분입니다. 경찰이 확보한 B씨의 익명 채팅방 내용을 보면 “몇 살이야?”, “미짜야?(미성년자를 뜻하는 은어)라고 묻는 말에 여성을 가장한 박 씨가 “18”이라고 답한 부분이 있습니다. B씨가 미성년자 조건 만남을 염두에 두고 A씨 집을 찾은 것으로 짐작할 수는 있습니다.

현행법은 만 16세 이상을 성적 자기 결정권을 가진 주체로 보기 때문에 상호동의가 있으면 성관계를 해도 처벌할 수 없습니다.

허위 사실이긴 하지만 정황상 B씨가 박 씨를 18세 여성인 줄 알았던 걸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미성년자 성매매 미수범으로 보기엔 여러 모로 어려움이 있다는 게 경찰측 얘깁니다.

다음으로, 대화 내용 중에 ‘조건만남’, ‘성매매’에 대한 표현이 없었고, 특히 ‘금전’이나 ‘대가’에 대한 얘기가 없어 성매매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경찰 측 설명입니다.

북구경찰서 관계자는 “채팅 내용 중에 성매매나 조건만남을 언급한 표현은 없었고 그냥 (박 씨가 여성을 가장해) 자기 집에 놀러 올 사람을 구하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 측 설명대로 거짓 채팅에 속아 현행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무리라지만, 새벽에 채팅 속 미성년자를 찾아간 이들. 과연 어떻게 봐야할까요?

◆ 진실을 향한 더 깊은 시선 [팩트체크K 보러 가기]
◆ 영상으로 한번에 팩트체크 [체크살 보러 가기]

임주현 기자 (leg@kbs.co.kr)

1년 넘은 日수출규제, 자국기업 밀어낸 격 
TOK 등 “삼성전자 고객 잃을라” 한국行 
반도체 소재 外 기업도 한국 진출 관심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하면서 한국에 생산 시설을 새로 짓거나 확충하는 일본 반도체 소재 기업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경기 화성시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의 모습. 삼성전자 제공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하면서 한국에 생산 시설을 새로 짓거나 확충하는 일본 반도체 소재 기업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경기 화성시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의 모습. 삼성전자 제공

“일본의 반도체 소재 기업들이 심리적으로 상당히 위축돼 있는 게 눈에 보입니다.”

좀처럼 보기 드문 경우라고 했다. 확실한 수요처를 잃고 당황하는 일본 소재 기업들의 최근 근황이다. 지난 해 7월 한국을 상대로 단행된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파생된 현지 기업들의 변화상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밖으로 티를 잘 안내는 데 우리나라 사람 앞에선 더 그런 경향이 있다”며 이렇게 전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만 30년 넘게 종사해 온 이 관계자는 “그랬던 일본 기업인들이 요즘엔 ‘한국 기업에 공급하는 물량이 줄어서 죽겠다’는 하소연을 자주 한다”며 “그 만큼 불안해 하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ㆍ일간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양국 기업 사이에서도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수출 규제 강화에 따른 유ㆍ무형적인 피해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해협을 건너와 직접 한국에 둥지를 트는 일본 기업들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일본 정부에서 만든 무역 장벽이 오히려 자국 산업의 ‘탈(脫)일본화’를 부추기는 ‘부메랑’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 도쿄오카공업(TOK)은 인천 송도에 있는 공장에서 얼마 전부터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 생산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만든 EUV 포토레지스트는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 적용 테스트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TOK는 일본에서 만든 EUV 포토레지스트를 삼성전자에 납품해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 생산을 시작한 것이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공정에서 빛을 인식하는 감광재로 삼성전자의 차세대 EUV 반도체 공정에 투입되는 필수 소재다. 현재 EUV 포토레지스트 시장은 JSR(일본합성고무의 후신)ㆍ신에쓰ㆍTOK 등 일본 기업이 세계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1년 전 일본의 수출규제 3대 품목에 포함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소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 품목이다. 다만 EUV 공정을 통한 반도체 제작은 현재 삼성전자와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 정도만 가능해 공급사 입장에서도 특정 고객사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건 아킬레스건이다. TOK가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물량이 줄어들수록 실적 악화 또한 피할 수 없단 얘기다. 결국 삼성전자와 굳건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TOK는 자국 정부의 수출규제 기조에도 한국에서 EUV 포토레지스트를 직접 생산하는 결단을 내렸다. 미국 화학소재 기업 듀폰이 내년까지 2,800만달러(325억원)를 투자해 충남 천안에 EUV 포토레지스트 생산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란 점도 고려됐을 것이란 해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OK의 이번 결정에 삼성전자를 놓칠 수 있다는 절박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칸토덴카공업도 얼마 전부터 반도체용 특수가스인 황화카르보닐을 천안 공장에서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화카르보닐 역시 지금까지 한국에서 생산되지 않던 소재다. 반도체용 필름인 솔더레지스트의 전 세계 점유율 1위 회사 다이요홀딩스는 지난 5월 충남 당진에 생산 공장을 신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장치용 석영 유리를 제조하는 토소도 내년 양산을 목표로 관련 제조 시설을 충북 오창에 설립할 방침이다. 세계 3위 반도체 장비 업체 도쿄일렉트론(TEL)은 올해 초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경기도 평택에 기술지원센터를 마련했다.

수출규제 후 한국 진출 확대하는 일본 기업 대표 사례
수출규제 후 한국 진출 확대하는 일본 기업 대표 사례

반도체 소재 분야 외에도 한국행에 관심을 보이는 일본 기업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일본의 화학소재 기업들을 대상으로 지난 달 말, 온라인 투자설명회를 열었는데 자국 수출규제가 한창 진행 중인 데도 240개 기업이 참가했다. 2년 전 일본 도쿄에서 진행했던 투자설명회 당시 참가기업(120개)의 두 배였다. 코트라 관계자는 “우리 생각 이상으로 일본 기업들이 큰 관심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기회에 일본 기업들의 국내 유치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제 장벽 등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일본의 많은 소재 업체가 한국 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환경과 안전, 고용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일본 기업들이 빨리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우리가 조성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환점 돈 해운재건①]모럴해저드 논란 속 사라진 세계 7위 한진 , 선복량 ‘5위→12위→8위’ 파고넘은 한국해운

0. Prologue

“저에게 시간을 주시면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

국회의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가 열린 2016년 9월 9일. 증인석에 선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은 “시간을 달라”고 되풀이했다. 국내 1위 해운사 한진해운을 법정관리까지 몰아넣은 경위를 추궁하고, 책임감 있는 대안을 요구하는 자리였다. 최 전 회장은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지만 역효과만 났다. 사재출연이라는 명확한 요구에 대한 대답은 모호했다. 전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와 무능만 부각된 청문회가 끝나자 싸늘한 여론만 남았다. 이어진 법정관리 중단과 함께 당시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은 허무하게 문을 닫았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2016년 9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에서 눈물을 보였다. /사진=홍봉진 기자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2016년 9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에서 눈물을 보였다. /사진=홍봉진 기자

1. 반토막

파산 직전 한진해운이 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량, 즉 선복량은 61만6764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분). 한국의 전체 선복량은 105만2287TEU였다. 한순간에 해운 물동량 절반을 넘게 차지했던 1위 국적해운사가 없어졌다. SM상선이 한진해운 일부 영업자산을 인수했지만 2017년 5월 국내 해운업계 선복량은 50만1223TEU로 반토막났다.

숫자가 저 정도니 현장은 지옥이었다. 화물 운송 계약이 오가는 현장에선 “한국 정부가 한진해운을 버렸다”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남아있는 현대상선(현 HMM)에 대해서도 “변수가 생기면 언제든 정부 지원을 끊을 수 있다”는 음해성 루머가 떠돌았다. 보고서 속 숫자가 반토막났을 뿐 현장에서 일감은 바닥을 드러냈다. 당시를 기억하는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바다 한복판에 짐이 멈출수 있다는 불안감이 나왔다”며 “컨테이너선에 실어놓은 짐마저 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수출이 경제 기반인 나라에서 해운산업 전체가 고사직전까지 위기에 몰렸다.

2017년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다.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 공약으로 해운재건을 채택하며,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 마련됐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2017년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다.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 공약으로 해운재건을 채택하며,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 마련됐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2. 해운재건 5개년 계획

촛불로 겨울을 보내고 장미대선을 치른 2017년. 해운업계에도 새 바람이 불었다. 그해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 국정 계획에 해운재건이 들어가면서다. 32조원까지 떨어졌던 해운업계 매출을 임기 말인 2022년까지 50조원, 2008년 금융위기 이전으로 되돌리겠다는 구상이다. 한진해운이 공중분해된 이후 필요성만 언급되던 정부 주도 해운재건 계획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공식화된 것이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그렇게 될 줄 몰랐습니까?”

새 정부 출범 이후 해양수산부의 첫 업무보고. 문재인 대통령의 첫 질문은 한진해운이었다. 말투에 감정을 섞지 않는 게 평소 대통령의 스타일이었지만, 분명히 질문이라기보단 질책에 가까운 발언이었다. 업무보고에 참석한 해수부 관계자들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해수부엔 곧바로 해운재건 로드맵 작성과제가 떨어졌다. 한진해운 사례를 분석하고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는 주문이었다. 해수부의 핵심아이템은 현대상선에 2만4000TEU급 초대형선 12척과 1만6000TEU급 8척 등 대형선 20척을 투입하는 방안이었다.

우리 해운업계 재무구조가 악화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해운업 호황기 시절 비싼 값에 배를 빌려서 물자를 실어날랐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악화로 물동량은 줄었는데, 용선료는 비싼 상태 그대로였으니 영업을 하면 적자만 불어나는 구조를 바꿔야했다.

“안 그래도 안좋은 현대상선에 왜 배를 사줘야 하지?”

시작부터 반대에 부딪혔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적인 구조조정은 기업이 계속 운영할 가치가 있는 지 확인되면 불필요한 자산을 처분하고 비효율 요소를 정리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부실기업이던 현대상선에 배값만 3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하자는 제안이니 예산 및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반대가 나올 법도 했다. 경쟁사인 머스크와 MSC는 후에 초대형선 발주를 두고 “미친 짓”이라고 힐난했다.

더군다나 조단위 혈세가 들어갔던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 성동조선 등 바다 위 부실기업은 잇따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바다=밑빠진 독’이라는 인식이 강해 여론마저 등을 돌린 상황. 대형선 발주 과정에서 금융보증을 담당해야하는 해양진흥공사 설립도 쉽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지역 공약사항임에도 해운 산업 1개 분야에 포트폴리오가 몰렸던 탓에 리스크 관리 문제가 늘따라 다녔다.

3. 그냥 죽나, 해보고 죽나

“그러면 이대로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2008년 이후 해운 물동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대형선을 투입했다가 배를 못 채우면 어떻게 하느냐는 지적에 대한 해수부 담당자의 답이다. 글로벌 경쟁 해운사는 대형선을 앞세워 화물을 독식하고 있는 게 해운시장의 현실이다. 대형선은 단순히 덩치를 키우는 게 아니라 세계 바다에서 경쟁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격이자, 신뢰회복을 위한 첫 단추였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없어지다시피 한 유럽 항로를 복원하기 위해서도 대형선은 필수였다. 현대상선은 4000TEU급 컨테이너선으로 유럽항로를 운항했는데, 유럽영업망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에 불과했다. 경쟁사가 1만5000TEU급 대형선으로 화물을 날랐으니 현대상선은 배를 움직일 때마다 적자가 났다.

다행인 점은 대통령 공약사항이자 국정계획에 포함된 덕에 해운재건 작업에 동력이 충분했다는 점이다. 한진해운 사태가 다시 나와선 안된다는 경험적 교훈도 관가 안팎에 자리잡고 있었다. 2018년 4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 모습을 드러내고 계획에 따라 해양진흥공사가 설립됐다. 그리고 그해 9월 해양진흥공사가 후순위 채권을 맡는 조건으로 현대상선의 초대형선 발주가 들어갔다.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건조중인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 선 HMM 헬싱키호 / 사진=김훈남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건조중인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 선 HMM 헬싱키호 / 사진=김훈남

4. 해운재건 원년에 덮친 초대형 악재…오히려 기회가

2020년은 해수부나 현대상선에 중요한 해였다. 14개월 건조기간동안 만든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항로에 투입해, 분기단위로 흑자전환을 노렸다. 초대형선 투입에 맞춰 세계 3대 해운동맹 중 하나인 디얼라이언스 정식회원 자격도 얻어냈고 사명도 세계 무대에 통용되도록 HMM으로 바꿨다. 그야말로 ‘해운재건 원년’을 만들겠다는 구상은 한달만에 벽에 부딪혔다.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19(COVID-19)가 전 세계로 번졌다. 세계 각국은 육해공 모든 문을 걸어닫고 전염병 확산을 막는데 급급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비교할 만큼 물동량이 뚝 떨어졌다. 줄줄이 2만4000TEU급 초대형선이 투입 예정인 현대상선과 해수부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시기에 맞지 않게 덩치를 키운 게 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안팎에서 나왔다.

우려 속에 2020년 4월 말 2만4000TEU급 1호선인 HMM알헤시라스호가 바다로 향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1만9621TEU분량 화물을 실었다. MSC가 보유하고 있던 세계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기분좋은 출발을 알렸다. 2호선 오슬로호도 컨테이너 1만9504개를 실고 가는 등 6호선까지 만선 기록을 이어갔다.

한 관계자는 “상징적 의미가 있던 만큼 어떻게든 1·2호선은 화물을 가득 채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만선행렬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첫 항해 중국 기항지에서 ‘선왕'(船王)이라는 별칭을 얻은 알헤시라스호는 7월 26일 부산항에 금의환향했다. 돌아오는 길에도 화물을 가득 채우는 진기록을 세웠다.

“2만4000TEU짜리 배로 유럽항로를 가는 비용이나 1만5000TEU급 짜리 배로 가는 비용이나 큰 차이가 없어요. 화주나 얼라이언스 회원사 입장에선 어느 배를 쓰겠어요?”

해수부와 HMM 측은 예상 밖 선전의 원인을 고효율에서 찾았다. 친환경 설비에 고효율 기술을 담은 대형선이 아시아-유럽 항로의 주류였던 1만5000TEU 선박을 압도했다고 한다. 2008년 이후 물동량 감소 학습효과가 있던 해운업계는 컨테이너선 운항을 줄여 운임을 방어했다. 최악의 경영환경에서 결과적으로 그 수혜는 HMM이 가장 많이 가져왔다.

5. Epilogue

2020년 우리나라 해운업계의 선복량은 46만2408TEU, 세계 9위 수준이다. HMM에 2만4000TEU급 초대형선 인도가 완료되는 올해 10월 시점에는 78만4859TEU, 나머지 1만6000TEU급 8척이 완성되는 2021년 7월에는 90만4859TEU로 늘어난다. 한진해운 파산 직전에 거의 근접한 수치다.

현재 세계 해운업계 순위 10위권인 HMM도 대형선 20척 인도가 마무리되는 시점에는 세계 8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갖은 악재 속에서 이뤄낸 재건 성과라는 게 해수부와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가본 적 없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항해해야 한다는 도전과제가 남았다. 절반을 성공적으로 지나온 해운재건 나머지 성적표에 따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 해운업의 위치도 달라질 전망이다.

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올해 장마기간 최근 5년·평년과 비교
기상청, 9월께 올 여름기상 특성 발표할 듯

지난 23일 밤부터 부산에 최대 2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부산역 인근 초량 제1지하차도가 물에 잠겼다.  © News1 박세진 기자
지난 23일 밤부터 부산에 최대 2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부산역 인근 초량 제1지하차도가 물에 잠겼다. © News1 박세진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올 장마기간 전국에 쏟아진 강수량은 최근 5년과 비교해 월등히 많았다.

또 평년과 비교해도 약 35% 가량 많은 비가 한반도에 쏟아졌다. 오랜만에 ‘마른 장마’ 여름철을 비껴간 셈이다.

<뉴스1>이 제주와 남해안에서 올해 장마가 시작됐던 6월10일부터 갑작스러운 강한 비로 부산 초량 제1지하차도 침수를 포함해 5명의 사망자를 낸 24일 폭우 이튿날인 25일까지 전국평균 강수량을 확인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

해당 기간 내린 올 여름 장맛비는 507.2㎜ 파악됐다. 8월 초까지 정체전선(장마전선)이 우리 중부지방에 머물면서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에 올 여름철 비의 양은 더 많아질 수 있다.

기상청은 우선 29일까지 충청 남부와 전북 북부에 200㎜ 이상 비가 쏟아진다고 예보한 상태다. ’10일 전망’ 통보문으로 8월7일까지 전망에 따르면 오는 3일까지 비가 온 뒤로 한반도가 장마철에서 벗어나며, 이후에는 대기불안정성에 따른 소나기가 쏟아질 수 있다.

이 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 쏟아진 비에 2배 가량 많은 양이다. 지난해에는 278.3㎜가 동기간 쏟아져 올해 강수량의 54.87% 수준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여름철 강수량이 평년수준에 못 미친 이른바 ‘마른 장마’로 기록되며 차이가 더욱 명확히 드러났다.

최근 5년새 강수량을 비교해도 올해 장맛비 양과 격차는 줄어들지 않았다. 2016년이 341.8㎜로 가장 많았고, 2017년 300.9㎜가 뒤를 이었다. 2018년과 2015년에도 각각 296.2㎜, 269.7㎜로 300㎜에 근접하지 못한 ‘마른 장마’ 수준 강수량을 보였다.

전국 평균강수량과 평년강수량은 전국 45개 지점과 제주 2개 지점의 평균값을 토대로 했다. 또 기후통계지침에 따라 통계값이 합계값인 경우에는 관측자료 누락 때 통계값을 산출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

다만 이는 각 해 장마 시작과 종료의 편차로 여름철 전체 강수량을 분석·발표한 자료는 아니다. 기상청은 9월께 여름철 기상특성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데스크] ◀ 앵커 ▶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 어느 몽골인 여성이 한국인 사장한테서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하다가, 심지어 불법촬영 피해까지 당했습니다.

참다못해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그 대가는 한국에서 쫓겨나는 것이었습니다.

공윤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5년 전 몽골에서 한국으로 온 이주 노동자 미르 씨.

경기도의 한 작은 자수 공장에 취업했습니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뻘인 50대 사장은 팔에 손을 대고 등을 쓰다듬는 등 불편한 접촉을 시작했습니다.

항의를 해도 그때뿐.

점점 도를 넘은 추행은 4년 넘도록 지속됐지만, 몽골에 두고 온 아이와 갚아야 할 빚을 생각하며 견디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르(가명)/몽골 이주노동자] “(한국에 오기 위해) 처음 계약된 사장이고 공장이니까 규정상 마음대로 (다른 업체는) 갈 수가 없습니다./어떻게 참아왔는데… 아이와 헤어지면서 왔는데…”

급기야 올봄엔 도저히 참아 넘길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남녀가 함께 쓰는 공장 화장실 변기에서 불법촬영 카메라를 발견한 겁니다.

곧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더니, 범인은 사장으로 밝혀졌습니다.

[미르(가명)/몽골 이주노동자] “(불법촬영 피해를 깨달은) 당시에는 아무 생각도 안 나고 충격도 심했습니다. 가만히 있다가 자주 기절하기도 했죠.”

‘코리안 드림’ 4년 만에 성추행과 불법촬영 범죄의 희생양이 된 미르 씨, 하지만 더 큰 시련은 이때부터였습니다.

이주노동자는 한 업체에서만 4년 10개월간 일해야 ‘재입국 특례’로 계속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데, 그마저도 기존 사용자가 계약을 연장해줘야 합니다.

미르 씨가 한국에서 더 일하려면 끔찍한 카메라를 설치한 사장과 다시 계약해야 하는 기막힌 현실입니다.

다른 업체로 가면 추가로 1년 이상 일해야 재입국할 수 있는데, 사장의 범행을 신고한 당시 미르 씨는 체류 기간이 고작 두 달 남은 처지였습니다.

[미르(가명)/몽골 이주노동자] “신고했을 때는 아무 생각을 못하다 지금은 후회합니다. 모든 것을 참고 견뎌 온 시간들이 소용 없어지는 거죠.”

심지어 문제의 불법촬영 카메라는 미르 씨의 입사 전인 2015년부터 여성노동자들 사이에 알려져 있었는데, 피해가 두려워 모두 못 본 척했다고 합니다.

[박영아/변호사] “한국에서의 체류와 고용 모두가 한 사용자한테 달려 있는 구조예요. 그러다 보니까 웬만한 부당처우라든지 불법 행위를 다 감내하면서 일하게 되는 구조를 법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실제로 광주광역시 이주 여성노동자들에게 물었더니 30% 이상이 직장 성범죄 피해를 경험했고, 이들 5명 중 1명은 그냥 참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항의해봤자 소용이 없고, 무엇보다 일자리를 잃을 게 두려웠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MBC뉴스 공윤선입니다.

(영상취재: 방종혁 / 영상편집: 김재환)

공윤선 기자 (ksun@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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